누구나 새로운 일에 뛰어든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처음 비전공자로 개발자로 뛰어들기로 결심하기 까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 이 글은 개발자를 생각해보고 있는 비전공자 분들 혹은 개발 분야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됐으면 한다.
개발자를 선택하기 까지의 여정
내가 개발자를 선택한 것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러 경험을 해오면서 그 끝에 개발자에 끌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개발자를 선택하게 됐다.
학창 시절
나는 꽤 오래 전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접해보려고 노력했었다. 태권도, 피아노 학원과 같은 예체능 활동부터 시에서 운영하는 인문학교실, 과학영재학급, 탐구토론대회, 그 외 외국인과 동거동락하는 영어캠프 까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왔다. 물론 모두 다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지만, 흥미가 있었던 탐구토론대회와 같은 활동들은 열정을 다해서 준비했고, 교내 대회에서 광역시 대회까지 출마할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여러 가지 활동에 도전하고 경험 하려고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고, 내가 했던 경험이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던지 간에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학창 시절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깨달았던 점은 "함께 힘을 합쳐 무언가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대학 생활
고등학교 막바지에 인문학 교실에서 들었던 육식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환경과 사람들이 즐겨먹는 식문화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사람들을 위한 식품을 만들고자 식품공학과에 지원하였다. 그 시절 내게는 기획, 마케팅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사람들이 즐겨먹는 건강한 식품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꿈을 안고 들어간 대학 생활에서 접한 현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달랐다. 대학 학사 과정의 대부분은 식품 개발 보다는 성분 분석과 품질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대부분의 일들이 원칙에 맞게 식품의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일을 담당하는 직무가 많았다. 석사 과정 이후에 식품개발 직무를 노려볼 수도 있었지만, 학사 과정을 다니며 느꼈던 식품 분야의 현실에서 생각만큼 식품에 대한 흥미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전공 외에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었다. 대표적으로 대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창업 동아리 활동을 했다. 창업동아리에서는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아두이노, 솔리드웍스, 포토샵, 일러스트 등 창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하나씩 학습하고 실제로 창업 아이템을 만들어 창업하는 활동을 했었다. 여기서 다양한 전공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제품을 만드는 작업까지 하나의 창업을 경험했다. 창업동아리에서의 경험은 밤을 샐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만들었던 "스탠딩 데스크" 아이템은 동아리 대회에서 대상, 교내 대회 아이디어에서 동상을 받았다.
동아리 활동에서 특히 기획에 재미를 느꼈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를 실제로 만드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래서 곧바로 대학교 부전공으로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경영학과 수업은 팀프로젝트 수업이 많았는데, 팀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발표하는 것은 즐거웠으나 그 외에는 너무 이론에 치중된 학습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실무가 아닌 단순히 이론을 위한 암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팀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마다 기획 보다는 직접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개발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관심이 갔다. 그렇게 처음 개발에 관심을 갖게된건 대학교 2~3학년 시기쯤이었다. 처음에 내가 느낀 개발 분야는 너무나도 높은 진입장벽이었다. 그 시절 내게 코딩이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컴퓨터를 다뤄온 사람들이 대학교 컴공을 진학하여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공부해야만 할 수 있는 그런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개발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4학년 1학기에 경영정보시스템 수업을 수강하면서 수업 중에 했던 교수님의 한 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여러분들 대학교 4년 동안 뭘 배웠고, 뭘 할 수 있죠?". 이 말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침묵했다.
교수님의 팩트 폭행 한 마디에 여러 활동을 해왔지만 정작 내가 자신있게 어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남은 대학교 한 학기가 지금까지 동경만 하고 있던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4학년이라는 시점에 많이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러 가지 활동에 도전하자는 내 생각은 변치 않았고 일단 개발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고, 곧바로 여름방학 부터 IT 국비 교육을 수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IT 국비 교육의 경험은 내 인생을 개발자로 이끌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초기엔 단순히 개발을 어떻게하면 부수적으로 기획, 경영에 녹여낼 수 있을까?로 시작했지만, 교육을 들으면서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개발자의 길을 결정한 것은 국비 교육의 최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였다. 줄곧 흥미를 느껴왔던 협업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개발이 있다고 생각했다.
개발자를 선택한 이유
약 반년 동안 국비 교육을 받으며, 개발자로의 전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결국 나는 개발자를 선택했고, 지금 이렇게 비전공자가 개발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블로그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개발자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 흥미
- 성장의 즐거움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
- 능동적인 직업
1. 흥미
무엇보다 개발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흥미가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여러 활동을 해오면서 결국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개발이 내가 좋아하고, 흥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왜 개발에 흥미를 붙였을까?
나는 학창 시절부터 협업을 통해 기획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았고, 하나의 공통된 과제를 협업을 통해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대학 시절에 밤을 새며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곤 했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IT 개발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IT 개발 분야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만한 것을 만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건강한 식품,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품을 만들고자 식품공학과를 선택했던 것처럼 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가치를 주는 것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현재 그 중심에는 IT 서비스가 가장 범용적이며,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지금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앱, 웹 하나만으로 세상이 많이 변한 것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ex) 카카오, 배민, 인스타 등등..
의외로 나는 문제를 맞닥들이고 해결하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다. 이건 개발을 하면서 느낀건데, 기능을 어떻게 구현해야할지 모르는 상황, 에러가 발생한 상황 등에서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어쩌면 과거부터 과학영재학급, 탐구토론대회를 경험해 온 것, 그리고 흥미를 가져왔던 기획이라는 것 자체에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나의 흥미가 담겨있었다고 생각한다.
2. 성장의 즐거움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
개발자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성장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서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교까지 여러 분야를 공부해왔지만, 공부를 통해 성장한다는 느낌을 크게 받은적이 없었다. 단순히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이론을 하나씩 암기해나가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개발을 공부하고 나서는 진짜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이론을 위한 공부가 아닌 배운 지식을 활용하기 위한 진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진짜 공부를 시작한 이래로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일단 모르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모르는 지식이 있어도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다면 흘려보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묻기도 전에 구글링 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함께 성장을 즐기는 개발자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함께 성장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동기 부여가 되곤 한다.
개발자의 매력은 성장을 함에따라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고, 이에따라 자신이 기획한 서비스,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 그 외 삶의 반복적인 부분들을 개발을 통해 구현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성장하는 즐거움과 함께 이를 곧바로 개발로써 녹여낼 수 있다.
배운 것을 공유한다는 즐거움도 있다. 개발 분야는 오픈 소스, 블로그 등 다른 분야와 다르게 지식 공유가 활발히 일어나는 분야이다. 그만큼 배운 것을 공유하는 환경이 활발하고, 공유를 통해 더욱 성장하는 배경이 된다.
3. 능동적인 직업
개발자를 선택한 마지막 이유는 능동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중이떠중이처럼 그저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회사에서 주는 일을 하고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싶은 일을 스스로 찾고, 능동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일을 하고싶었다.
개발 일은 이러한 내 성향과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여러 요구사항들을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개발해야 한다. 때로는 능동적으로 개선점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과정이 부담될 수 있지만, 내게는 단순히 주어진 수동적인 일만 하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단순한 회사의 부품이 아닌 한 명의 개발자로서 능동적으로 회사에 기여하고자 한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늦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렸을 때 부터 해왔다.', '이미 시작하기엔 늦었다' 등등 남들과 비교하면 나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을 처음 접했을 때도 그랬다.
나는 대학교 4학년 2학기가 되서야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취업을 앞두고 대학교 막바지였던 그 때는 정말로 늦었고, 개발 분야로는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뛰어들고 부딪쳐 보면서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확신과 열정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아직도 새내기 개발자이며 배울 것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개발자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 코딩배우기 열풍, 개발자 역대 연봉 등 개발 열풍이 일어나면서 개발자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크게 올랐다. 그러면서 비전공자로 개발자에 관심을 갖게된 사람도 이전 보다 많이 보이는 추세이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3~6개월만 배우면 네카라쿠배를 갈 수 있다는 교육 홍보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 단순히 높은 연봉,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개발 분야에 끌려 개발자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혹시라도 이런 생각으로 개발을 준비하는 분이 있다면 연봉, 좋은 근무 환경을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정말 개발에 흥미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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